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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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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오래 묵은 마음을 마주했다.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고
너무 늦어서 이제는 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던 시간도 있었다.
그런데 사람 사이의 일에는
참 이상한 것이 있다.
끝난 줄 알았던 관계에도
다시 건너갈 수 있는 작은 다리가 남아 있다는 것.
화해란 어쩌면
없었던 일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일을 서로의 비망록에 다시 적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김경미의 문장이 떠오른다.
“쓰다 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
미국에서 시작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내게는 오래 쓰지 못했던 한 통의 편지처럼 남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대한민국의 청정지역 양평에서 포포나무 열매를 먹는다.
처음 맛보는 듯한데
어쩐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맛 같다.
씨앗 하나가 땅에 들어가
나무가 되고
꽃이 되고
열매가 된다.
사람도 그런 것 아닐까.
한 사람의 꿈이
다음 사람에게 씨앗으로 건너가고
그 씨앗이 어느 날 전혀 다른 곳에서 열매가 되는 것.
나는 오늘 포포 열매 하나를 먹으며
2028 LA를 생각한다.
LA에 있는 아이들과,
LA로 향하는 사람들과,
아직 이름도 없는 다음 세대와 함께
새로운 꿈을 꾸어본다.
어쩌면 이것도 비망록이다.
미국 오하이오의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에게 다시 건너간 기록.
양평의 포포나무 아래에서
한 사람이 다음 세대의 꿈을 생각한 기록.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2028년의 어느 날
LA에서 다시 만나게 될 사람들을 위해
오늘 미리 써놓는 한 줄.
우리는 아직 쓰지 않은 편지가 많다.
그러니 인생이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하지 말자.
쓰다 만 편지는
다시 쓰면 된다.
씨앗은
언제 심었는지를 기억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열매를 맺는다.
나는 오늘
포포나무 아래에서
그 열매 하나를 먹으며
LA를 꿈꾼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이미 오늘의 비망록에 적어놓는다.
< 정영옥 / 포천신문 주부명예기자 >
* 칼럼 및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