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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임성 / 포천신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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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월 1일 국군의 날이 벌써 지났다. 경기북부는 남북접경지로서 국군, 국방과 늘 가깝게 맞닿아 있다. 정전 이후 70년 이상 국가안보라는 대의명분 아래 희생을 감내해 온 지역이다. 의정부 북쪽의 포천과 연천, 파주 일원에는 육상 중화력의 핵심인 기갑부대와 전차, 장갑차 부대가 밀집해 있다.
도로 위는 기동훈련에 나선 전차와 자주포로 자주 막히기 일쑤다. 필자가 과거 검찰관으로 근무했던 제30사단 역시 기계화부대였다. 고양시 내 주둔한 3개의 기보여단(90·91·92)과 파주 법원리의 포병여단을 아우르던 그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다.
특히 포천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인 570만 평의 영중 승진훈련장을 비롯해 그에 버금가는 창수 다락대훈련장, 그리고 400만 평이 넘는 로드리게스 미8군 전용 영평사격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훈련장의 면적은 통제구역까지 합치면 여의도 크기의 70배를 훌쩍 넘는다.
이 가운데 로드리게스 기지 450만 평은 아파치 헬기 등의 실사격이 이루어지는 곳이며, 그 바로 옆이 한국군 자주포·전차·장갑차와 공군 전투기의 실사격이 상시 가능한 승진훈련장이다. 산정호수로 유명한 명성산 남쪽에 자리한 이 두 곳의 면적만 합쳐도 약 1000만 평, 여의도의 10배에 달한다. 한국전쟁 때 조성된 이래 훈련장 주변은 언제나 포성으로 가득하다. 주민들은 표적 부근의 바위를 맞고 튕겨 나온 도비탄 피해는 물론, 오발탄과 유탄의 위협 속에 살아왔다. 훈련 때마다 발생하는 극심한 소음과 고통을 주민들은 숙명처럼 견뎌왔다.
급기야 지난 2025년 3월 6일 오전에는 끔찍한 전투기 오폭 사고까지 발생했다.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공군 KF-16 전투기 두 대가 공대지 폭탄 8발을 마을 한복판에 잘못 떨어뜨린 것이다. 단 한 발로 축구장 넓이를 쑥밭으로 만드는 파괴력을 지닌 폭탄이었기에, 주민 여러 명이 다치고 주택이 파괴되는 참사로 이어졌다. 사망자가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일 따름이다.
그 동안 경기북부에서 고양 30사단 법무관,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 그리고 경기북부 변호사로 약 18년을 보냈고 포천시 법률자문을 10년째 맡았던 필자로서도 이토록 참혹한 전투기 오폭 사고는 일찍이 접한 기억이 없다. 조종사들의 기강 해이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으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배상은 물론 포천의 오랜 숙원인 훈련장 축소 및 이전을 포함한 근본적인 주민 안전 대책을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
이처럼 경기북부가 안보의 무게를 온몸으로 지탱하는 동안,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눈부신 비약을 이뤘다. 국군 자주포는 과거 미국 모델에서 탈피하여 우리 고유의 명품 무기인 K9 '천둥'을 중심으로 꽃을 피웠다. 2015년 삼성테크윈을 이어받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하는 K9은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 루마니아, 핀란드, 노르웨이, 호주, 이집트 등의 선택을 받으며 독일의 맹수 전차들을 눌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폴란드가 만드는 크랩 자주포에도 K9 차체가 탑재된다. 실전 능력도 입증되어,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당시 옹진반도의 북한 포대를 침묵시킨 주역도 바로 K9 천둥이었다.
경기북부 도로에서 흔히 목격되는 전차들은 1980년대 현대정공이 성공시킨 한국형 전차 K1(88전차)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현재는 현대로템이 K2 '흑표'를 통해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유럽을 뒤흔든 K-방산 열풍 속에서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180대 계약을 시작으로 추가 물량을 이어가고 있고, 일부는 현지 생산까지 이뤄지고 있다.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수출 합산액은 30조 원에 달하며, 관련 방산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5년 사이 열 배 이상 폭등해 진정한 '텐배거(Ten-bagger)' 반열에 올랐다. 다만 K2 흑표는 K9과 달리 미국 에이브럼스, 독일 레오파르트 등 전통 강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기적 같은 도전의 연속이다.
안타까운 점은 이 거대한 방산 성장의 온기가 막상 안보를 위해 모든 희생을 치러온 경기북부에는 거의 닿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대와 한화 모두 경남 창원 방산공단에 제작 공장을 두고 있어 경기북부에는 제조 거점이 전무하다. 국방용 드론이나 첨단 무인무기 체계의 공장 입지로서 포천과 동두천이 더할 나위 없는 최적지임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진하다.
경기북부는 방위산업의 발전과 그 그늘을 온몸으로 겪어낸 땅이다. 1990년대 낡은 88전차가 덜컹거리며 달리던 길 위로 이제는 최신형 현대로템 K2 흑표가 위용을 뽐내며 지나고, 미국형 자주포를 옮겨와 사격하던 승진훈련장에서는 이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천둥이 지구촌 평화의 길잡이가 되어 대지를 울리고 있다. 세계가 우리의 자주포와 전차를 간절히 기다리는 지금, 방산의 영광 뒤에서 묵묵히 피눈물을 흘려온 경기북부 접경지 주민들의 희생에 이제는 국가가 응답할 차례다.
< 이임성 변호사 / 포천신문 논설위원, 현)법조윤리협의회 회장 , 전)경기북부지방변호사회 회장, 전)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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