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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호열/ 포천신문사 회장, 칼럼니스트, 작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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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전국의 뜻있는 작가들과의 만남이 있어 서울 중구 필동을 방문했다. 과거 영화 산업의 메카이자 대한민국 문화의 상징이었던 옛 대한극장 건물은 최근 '매키탄호텔'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 많은 시민과 관람객의 발길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나 문화적 자부심으로 설레던 마음도 잠시, 건물과 건물 사이에 좁게 열린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 깊은 씁쓸함과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골목 바닥은 온통 버려진 담배꽁초로 가득했고, 그 좁은 공간에 모여 서서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단 필동의 골목길뿐이겠는가. 오늘날 서울 시내 어디를 가더라도, 조금만 대로변을 벗어나 건물 뒤편이나 골목 어귀로 들어가면 이와 유사한 풍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은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몰상식한 행동이다. 운전 중 창문 밖으로 무심코 불이 붙은 담배꽁초를 던져 버리는 행위를 도로에서 종종 목격하곤 한다. 이는 뒷차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고 화재나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행위이자, 공공도덕을 저버린 몰염치한 모습이다. 달리는 차 창밖으로 꽁초를 내던지는 순간, 우리의 운전 문화와 국가적 품격도 함께 길바닥에 내던져지는 셈이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흡연 문화와 공공도덕 의식은 현저히 향상되었다. 지정된 흡연 구역을 찾으려 애쓰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조심하는 성숙한 시민들도 한둘이 아니다. 흡연 권리와 비흡연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적 장치 또한 법과 조례로 폭넓게 마련되어 있어,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의 구분이 명확해진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냉정하다. 세계가 주목하는 선진 대한민국, 그리고 하루에도 수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는 국제도시 서울의 한복판과 도로 위에서 이러한 몰상식한 투기와 흡연이 매일같이 되풀이되고 있다. 평소 금연을 실천해 온 필자 자신조차 “이 모습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이 과연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해 줄 것인가” 하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아마도 다수의 성숙한 시민과 국민들 역시 똑같은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거리와 도로의 청결은 그 나라의 국격과 시민의 의식 수준을 가늠하는 가장 직관적인 척도다. 대표적인 사례로 싱가포르를 들 수 있다. 필자 역시 직접 방문해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싱가포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흡연과 쓰레기 투기, 심지어 껌을 뱉는 행위에 대해서도 대단히 엄격하고 철저한 법률을 적용한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거리에서는 담배꽁초 하나, 버려진 껌 한 조각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며 세계인들에게 ‘청정 국가’라는 강렬한 브랜드 가치를 각인시켰다.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수많은 선진국이 공공장소 및 도로에서의 투기 행위에 대해 엄중한 벌금과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하며 도시의 품격을 지켜내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K-컬처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화려한 빌딩 숲 뒤편, 담배꽁초로 덮인 골목길과 도로변의 실상은 우리가 외치는 '선진국'이라는 미사여구를 무색하게 만든다. 제도와 법규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현장에서의 단속과 계도는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일부 흡연자들의 실종된 시민의식이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단순히 흡연자 개인의 자율적 양심에만 기대는 시기는 지났다.
첫째, 정부와 지자체는 골목길과 상가 밀집 지역 등 법적 사각지대는 물론, 운전 중 담배꽁초 무단 투기 행위에 대해 블랙박스 제보 및 단속 카메라 등을 활용한 엄격한 법 집행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쾌적 흡연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함과 동시에, 지정된 장소 외에서의 투기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불이익을 부여하는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셋째, 국민 개개인의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이 병행되어야 한다. 내가 무심코 던진 담배꽁초 하나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나와 내 이웃의 삶의 터전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깊이 자각해야 한다.
거리와 도로의 청결은 단순한 위생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가 공유하는 품격과 존중의 문제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K-문화에 감탄하다가도, 골목길과 도로변의 담배꽁초에 실망하고 돌아선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선진 대한민국의 진정한 완성은 거대한 마천루나 경제적 지표에 있지 않다. 우리가 매일 거니는 작은 골목길과 달리는 도로 위의 깨끗함,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작은 질서 준수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이제 우리 모두가 부끄러운 침묵을 깨고, 한층 강화된 제도적 실천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쾌적하고 품격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길 간절히 바란다.
2026년 10월 25일
최호열/ 포천신문사 회장, 칼럼니스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