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기고] 횡설수설
포천신문 기자 / 2026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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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연 / 시인, 수필가, 포천신문 시민기자 >
 
숲속의 갈대와 고무나무가 서로 자기가 더 강하다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고 있었다. 고무나무는 갈대를 보고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흔들리는 네가 무슨 힘이 있느냐고 하며 비난했다. 때마침 갈대가 반박하려 할 때 갑자기 강풍이 불어왔다. 갈대는 허리를 굽히고 바람에 몸을 맡겨 뿌리가 뽑히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람에 꼿꼿이 맞선 고무나무는 뿌리째 뽑혀버렸다. 고무나무는 왜 쓰러진 것일까. 강풍에 맞설 용기는 있었지만 유연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대는 유연함이 있었기 때문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사람의 인성을 흑백 논리로 말하면 강함과 유연함, 이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따라서 강함을 추구해야 하는가, 아니면 유연함을 지녀야 하는가는 모든 사람에게 던져진 화두이기도 하고 성공 처세술의 미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연함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것이고, 그것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후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생활이 교육이고 교육이 생활이라는 말과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명심해야 된다. 자식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워선 안 되며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강하게 키워야 된다. 자식에게 고기를 잡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자식은 인성(人性)이 바르게 키워야 된다. 자식을 왕자나 공주로 키우면 부모는 자식의 하인이 된다. 자식에게 하인의 법을 꼭 가르쳐야 된다. 대접만 받은 자식은 부모 모시는 법을 모른다. 농사는 금년에 잘못 지었으면 내년에 얼마든지 복구가 가능하지만, 자식농사는 한 번 잘못 지으면 영원히 복구가 어렵다. 자식의 잘못됨은 부모의 몫으로 남게 되고 죽을 때까지 후회한다.
 
가을에 풍성한 곡식을 수확하는 기쁨은 잠깐이지만, 풍년(豐年) 든 자식농사의 기쁨은 영원한 것이다. 에디슨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저능아라는 꼬리표를 달고 퇴학당했으나 혁혁한 발명의 왕으로 큰 업적을 남겼고, 처칠은 팔삭둥이에 저능아에 말더듬이로 가문의 수치였으나 역사상 위대한 정치가가 되었고,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았으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률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해 주었다.

그들이 풍족함에 처했다면 결코 실현할 수 없었을 결과물의 정답은 바로 부족함에 있었다. 전 세계 부(富)의 중심축인 유대인은 부족함을 최고의 선물로 삼아 오늘의 성공을 일구어 냈다. 만약 부족함이 없는 풍족함에만 있었다면 우리는 한없이 게으르고 현실에만 안주하려 들 것이며 세월이 흐를수록 퇴보하고 말 것이다.
 
온갖 과일들이 풍부한 열대우림지역이 가장 가난한 이유는 도처(到處)에 널린 풍족함 때문인 것이다. 힘이 든다면 전진(前進)하고 있다는 뜻이고, 어렵다면 성공(成功)에 다가서고 있다는 징표일 것이다. 어떤 분은 적지 않은 재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도 모두 의사(醫師)나 법률가(法律家)이다.

무엇하나 부러울 게 없다. 그런데도 늘 겸손하고 온화하며 부드럽다. 그분은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존경한다. 만약 그분이 재산과 자식 자랑을 앞세우며 거드름을 피우고 교만했더라면 어땠을까. 틀림없이 모두 경멸했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하나의 좋은 결과는 여러 가지 요소들의 합작품(合作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하나의 나쁜 결과는 여러 가지 요소 중에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루기는 어렵고 포기하거나 잃기는 아주 쉽다.
 
인생에서도 성공하려면 노력, 절제, 인내, 법과 윤리의 준수, 정직, 열정, 겸손,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 등 많은 요소가 결합돼야 한다. 그런데 실패와 추락은 저 많은 요인들 중에서 어느 하나만 잘못돼도 맞닥뜨리게 된다. 그중에서도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교만이다. 성경에서도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고 하였다. 교만이란 잘난 체하고 뽐내며 남을 무시하는 행동을 말한다. 이와 반대로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교만한 사람의 잘난 체하고 남을 무시하는 건방진 태도는 인간관계를 내면에서부터 갉아먹고 자신의 인격을 무너뜨린다. 교만한 사람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미워한다. 아무도 그가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려운 순간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교만은 밖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람의 인격이나 인간관계의 뿌리를 썩게 만드는 원천이 되고 있다.
 
반면에 겸손한 사람은 이타적(利他的)이고 남을 배려한다.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을 높여준다. 자신을 낮추지만 결국 자신을 높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겸손한 사람을 좋아하며 신뢰한다. 그래서 그가 어려움에 처하면 자기 일처럼 도와주려고 한다. 그래서 겸손한 사람은 패망하지 않는다.
 
돈을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고 네 돈이 더 많은지 내 돈이 더 많은 지 따져보자는 사람은 외형상 인간이지만 실제는 인간이 아니다. 아파트 몇 채 사서 몇 억 벌었다고 그것을 자신이 똑똑해서 번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그런 착각이 인간을 교만하게 만들고 교만은 인간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 김병연 / 시인, 수필가, 포천신문 시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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